청년이 무엇으로 자기 길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에 따라 자기 길을 조심함으로 하리이다.
(시편 119편 9절)
개역성경 사사기 1-2장의 명백한 오역: 안 하다와 못하다
■ 서론: 본문의 문제의식
사사기 1장과 2장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지 않은 사건을 다룬다. 개역 성경과 흠정역 성경을 비교하면, ‘쫓아내지 못하였다’(무능)와 ‘쫓아내지 아니하였다’(불순종)라는 번역의 차이가 존재한다. 겉보기에는 유사해 보이지만, 이 차이는 하나님의 책망 이유와 이스라엘의 책임 수준을 결정짓는 중대한 의미 차이를 내포한다.
■ 본론
1. 번역의 차이: “못하였다” vs. “아니하였다”
개역 성경은 대부분의 구절에서 “쫓아내지 못하였다”고 번역하며, 이스라엘의 무능을 강조한다(삿1:21, 27, 30, 32 등). 반면에 흠정역 성경은 일관되게 “쫓아내지 아니하였다”고 번역하며, 이스라엘의 불순종을 드러낸다.
개역 성경도 사사기 1:28에서 “다 쫓아내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의지적 불순종을 시인하고 있다.
2. 역사적 맥락과 성경적 분석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족속을 철저히 진멸하라고 명령하셨으며(삿2:2), 공물이나 노동을 조건으로 남겨두라고 하신 적이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들을 완전히 쫓아내는 대신, 공물을 받으며 함께 거주했고(삿1:28, 30, 33), 이는 명백한 불순종이다.
사사기 2장 2절에서 하나님은 “너희가 내 목소리에 순종하지 아니하였다”고 명확히 지적하셨다. 이것은 단순한 무능이 아닌, 의지적 거부였다.
3. 전쟁의 논리로 본 해석
만약 이스라엘이 진정 가나안 족속을 쫓아내려 했지만 실패했다면, 역공을 받아 쫓겨났어야 한다. 이는 1:34에서 단 지파가 아모리 족속에게 쫓겨난 사례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스라엘은 가나안 족속과 동맹을 맺고, 공존했으며, 심지어 통혼과 우상숭배까지 하게 되었다.
이는 “쫓아내지 못했다”는 표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며, 불순종이라는 설명만이 전체 맥락을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게 한다.
4. 신학적 함의: 하나님의 정의와 긍휼
하나님은 단순한 무능을 책망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무능할 때는 도우시는 분이다.
그러나 명백한 명령 앞에서 의지적으로 순종하지 않은 행위는 심판의 대상이다.
이스라엘이 “쫓아내지 못했다”면 하나님의 분노는 부당한 책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쫓아내지 아니한 불순종이었기에 하나님의 정의로운 책망이 성립된다.
■ 결론
‘쫓아내지 못한 것’은 무능이지만, ‘쫓아내지 아니한 것’은 불순종이다. 하나님은 무능한 자를 긍휼히 여기시지만, 불순종한 자는 엄히 책망하신다. 사사기 1장과 2장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책망하신 이유는 그들이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사기 본문은 이스라엘의 불순종을 기록한 것이며,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자기 합리화 없이, 말씀에 순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