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순덕   엄마...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썩여도 끄덕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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