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커버데일 성경은 구약과 신약 전체를 영어로 번역해 인쇄한 최초의 성경이다. 1535년 10월 지금의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인쇄되었으며, 영국 왕 헨리 8세에게 헌정되었다. 이 성경을 출간한 마일스 커버데일은 1488년경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난 수도사 출신의 학자였다. 그는 일찍부터 종교 개혁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해외에서 틴데일과 함께 지내며 그의 번역 작업을 돕기도 했다.
틴데일은 신약 성경과 구약의 일부만 번역한 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영어로 된 성경전서는 아직 없었다. 커버데일은 이 빈자리를 채우고자 했다. 그는 신약 성경과 모세 오경, 요나서는 틴데일의 번역을 바탕으로 삼았고, 나머지 구약 성경은 직접 번역했다. 그는 원어 학자는 아니었기에 라틴어 성경과 루터의 독일어 성경, 스위스 취리히의 독일어 성경 등 여러 번역본을 면밀히 비교하며 작업했다. 커버데일은 서문에서 여러 번역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겸손히 밝혔다. 또한 그는 구약과 신약 사이에 섞여 있던 외경을 따로 모아 별도의 부분에 실었는데, 이처럼 외경을 따로 묶은 것은 영어 성경 가운데 커버데일 성경이 처음이었다. 책 곳곳에는 성경 이야기를 담은 목판화가 실려 있어, 글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2년 뒤인 1537년에는 영국 런던 근처 서더크에서 커버데일 성경의 새 판이 인쇄되었다. 이것은 영국에서 인쇄된 최초의 영어 성경전서였다. 더욱이 이 판에는 왕의 허가를 받았다는 문구가 실려 있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숨어서 읽어야 했던 영어 성경이, 이제는 나라의 허가를 받아 공개적으로 읽히게 된 것이다. 커버데일 성경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다시 인쇄되어 1553년까지 20판이 넘게 출간되었다.
커버데일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영어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특히 그가 번역한 시편은 운율감이 뛰어나 낭독에 적합했으며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그의 시편은 영국 성공회의 공동 기도서에 실려 400년이 넘도록 예배에서 불리고 낭독되어 왔다. 미국 성공회의 기도서에도 1979년 개정 전까지 그의 시편이 실렸다. 인자하심을 뜻하는 러빙카인드니스(lovingkindness), 부드러운 긍휼을 뜻하는 텐더 머시스(tender mercies) 같은 따뜻한 표현도 커버데일에게서 비롯되었다.
커버데일은 그 뒤에도 영어 성경의 역사에 계속 이바지했다. 1539년에는 영국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된 그레이트 성경의 편집을 맡았고, 1551년에는 영국 엑서터의 주교가 되었다. 메리 1세의 박해로 다시 나라를 떠나야 했을 때에는 제네바에서 제네바 성경 번역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는 1569년, 80세가 넘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커버데일 성경은 누구나 손에 들 수 있는 영어 성경전서를 처음으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영어 성경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여기 전시된 커버데일 성경은 틴데일이 시작한 일을 이어받아 마침내 영어 성경전서를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참고 문헌 • David Daniell, The Bible in English: Its History and Influence (Yale University Press, 2003) • F. F. Bruce, The English Bible: A History of Translations (Lutterworth, 1961) • Oxford 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 "Coverdale, Miles" • British Library, "Coverdale Bible" • Encyclopaedia Britannica 및 Oxford 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의 인물 항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