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그레이트 성경은 1539년에 출판된 영어 성경으로, 영국 교회 예배에서 공식 낭독용으로 허가된 최초의 영어 성경이다. 크기가 매우 커서 그레이트 성경, 우리말로는 대성경이라고 부른다. 세로 약 42센티미터, 가로 약 28센티미터에 이르는 대형 판형으로, 교회 강단에 놓고 많은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 성경은 헨리 8세의 비서였던 토마스 크롬웰의 요청을 받아 마일스 커버데일이 준비했다. 커버데일은 틴데일의 번역이 많이 담긴 매튜 성경을 바탕으로 삼고, 히브리어 원문을 라틴어로 옮긴 학자들의 번역과 여러 역본을 참고하여 본문을 다듬었다.
1538년 크롬웰은 영국의 모든 교회에 명령을 내렸다. 영어로 된 가장 큰 성경을 마련하여 교회 안 편리한 곳에 두고, 교인 누구나 쉽게 와서 읽을 수 있게 하라는 것이었다. 성경 구입 비용은 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이 절반씩 부담하도록 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영어 성경을 비밀리에 읽어야 했던 나라에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였다. 그레이트 성경은 바로 이 명령에 따라 제작된 성경이다.
인쇄는 처음에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파리에는 이처럼 크고 정교한 책을 인쇄할 수 있는 뛰어난 인쇄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종교 재판소가 인쇄를 중단시키고 인쇄된 종이를 압수하면서, 결국 인쇄 장비와 인쇄공들을 런던으로 옮겨 1539년 4월에 마침내 책을 완성했다. 이때 인쇄한 부수는 약 2,500부였다.
책의 첫 장에는 정교한 목판화가 실려 있다. 맨 위에는 하나님께서 계시고, 그 아래에서 헨리 8세가 대주교 크랜머와 크롬웰에게 성경을 건네준다. 두 사람은 다시 성직자와 백성들에게 성경을 나누어 주고, 그림 맨 아래에는 기뻐하며 왕을 위해 만세를 외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성경이 온 백성의 손에 들려지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교회에 비치된 그레이트 성경은 도난을 막기 위해 쇠사슬로 강단에 고정해 두었다. 그래서 사슬에 묶인 성경(Chained Bible)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사람들은 이 성경 앞에 모여들었고, 글을 아는 사람이 소리 내어 읽으면 다른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만큼 사람들은 말씀을 간절히 듣고자 했다.
1540년에 나온 제2판에는 대주교 토마스 크랜머의 서문이 실려 크랜머 성경이라고도 불린다. 이 밖에도 출판을 감독한 크롬웰의 이름을 따 크롬웰 성경, 인쇄업자의 이름을 따 휘트처치 성경이라고도 불렸다. 그레이트 성경은 1539년부터 1541년 사이에 일곱 차례나 인쇄되었다. 본문 곳곳에는 작은 손가락 모양의 표시가 있는데, 원래 주석을 달 자리였지만 실제로는 주석이 추가되지 않고 본문만 실렸다.
그레이트 성경의 시편은 영국 성공회의 공동 기도서에 실려 오늘날까지 예배에서 낭독되고 있다. 그레이트 성경은 훗날 비숍 성경의 바탕이 되었고, 그 흐름은 킹제임스 성경으로 이어졌다. 여기 전시된 그레이트 성경은 영어 성경이 마침내 교회 한가운데에 당당히 놓이게 된 순간을 보여 주는 책이다.
참고 문헌 • David Daniell, The Bible in English: Its History and Influence (Yale University Press, 2003) • F. F. Bruce, The English Bible: A History of Translations (Lutterworth, 1961) • Henry Gee & W. J. Hardy, Documents Illustrative of English Church History (Macmillan, 1896) • Church of England, The Book of Common Prayer (1662) • British Library, "Great Bible" • Encyclopaedia Britannica 및 Oxford 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의 인물 항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