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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 [성경 박물관] 16. 에라스무스의 그리스어 공인 본문 (Erasmus Greek Textus Receptus)조회수 : 12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6년 10월 22일 22시 17분 4초
  •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1466년경–1536)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인문주의자이자, 당대 최고의 그리스어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수도원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스물다섯 살 무렵 사제로 서품되었다. 그러나 교구 사제로 활동하기보다는 학문과 저술에 전념하는 길을 택했다. 그 뒤 파리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유럽 여러 지역을 오가며 독립적인 학자로 활동했다.

     

    에라스무스는 책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유명했다. “돈이 조금 생기면 책을 사고, 남는 돈이 있으면 음식과 옷을 산다.”라는 말이 그가 남긴 말로 전해질 정도다. 그는 유럽의 수많은 학자와 성직자, 정치 지도자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영국에서는 존 콜렛(John Colet), 토마스 리나커(Thomas Linacre), 윌리엄 그로신(William Grocyn), 토마스 모어(Thomas More) 같은 당대의 지식인들과 교류했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우신예찬(Moriae Encomium)』은 친구 토마스 모어에게 헌정되었다.

     

    에라스무스는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는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정신에 따라, 라틴어 번역본에만 의존하지 말고 신약 성경의 원어인 그리스어 본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구할 수 있는 여러 그리스어 사본을 서로 비교하고 라틴어 벌게이트(Vulgate) 성경을 검토하며 신약 성경 본문을 연구했다. 그 결실로 1516년 바젤의 인쇄업자 요한 프로벤(Johann Froben)을 통해, 그리스어 본문과 자신이 새롭게 다듬은 라틴어 번역을 나란히 실은 『노붐 인스트루멘툼 옴네(Novum Instrumentum omne)』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리스어 신약 성경 전체를 처음으로 인쇄한 책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출판되어 널리 유통된 최초의 그리스어 신약 성경이었다. 콤플루텐세 다국어 성경(Complutensian Polyglot)의 그리스어 신약은 이보다 먼저 인쇄되었으나, 출판과 유통은 에라스무스의 책보다 늦었다.

     

    1516년 초판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만들어졌고, 에라스무스는 그 뒤로도 본문을 계속 고치고 보완했다. 1519년에 제2판을, 1522년에 제3판을 펴냈는데, 제3판에는 이른바 요한의 콤마(Comma Johanneum)라고 불리는 요한일서 5장 7절이 그리스어 본문에 들어갔다. 그는 생전에 모두 다섯 판의 그리스어 신약 성경을 출간하며 본문을 꾸준히 다듬었다. 에라스무스가 사용한 사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그리스어를 쓰는 교회들이 널리 읽어 온 다수 사본 계열에 속했다.

     

    에라스무스의 그리스어 신약 성경은 그 뒤 로베르 에스티엔(Robert Estienne), 곧 스테파누스(Stephanus)와 테오도르 베자(Theodore Beza) 등의 판본으로 이어졌다. 1633년 엘제비어(Elzevir) 형제가 펴낸 그리스어 신약 성경의 서문에 “모두에게 받아들여진 본문”이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이 계열의 본문은 훗날 공인 본문(Textus Receptus)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공인 본문은 에라스무스가 1516년에 직접 붙인 이름이 아니라, 그의 판본에서 시작되어 여러 편집자를 거치며 형성된 그리스어 본문 전통을 가리키는 후대의 명칭이다.

     

    이 본문 전통은 16세기 종교 개혁 시대의 성경 번역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르틴 루터의 독일어 신약 성경을 비롯해 여러 유럽 언어의 성경 번역자들이 에라스무스의 판본과 그 뒤를 이은 그리스어 판본들을 사용했다. 영어 성경에서도 틴데일을 비롯한 번역자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되었고, 그 영향은 1611년 킹제임스 성경까지 이어졌다.

     

    에라스무스의 업적이 중요한 까닭은 단지 그리스어 신약 성경 한 권을 인쇄했다는 데 있지 않다. 그는 서유럽의 학자들이 오랫동안 익숙하게 써 온 라틴어 성경을 원어와 대조하여 검토하게 했고, 성경을 연구하고 번역할 때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원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렸다. 그의 그리스어 신약 성경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사용된 그리스어 신약 본문 전통의 출발점이 되었다.

     

     

    참고 문헌

    • Desiderius Erasmus, Novum Instrumentum omne (Basel: Johann Froben, 1516)

    • Bruce M. Metzger & Bart D. Ehrman, The Text of the New Testament: Its Transmission, Corruption, and Restoration, 4th e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 Encyclopaedia Britannica, "Desiderius Erasmus"

    • Encyclopaedia Britannica 및 Oxford 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의 인물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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