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말에 더하거나 거기에서 빼지 말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나님의 명령들을 지키라.
(신명기 4장 2절)
성경이 영어권 사람들의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수고와 희생이 있었다.
윗줄 왼쪽부터 살펴보면, 첫 번째 인물은 14세기의 존 위클리프(John Wycliffe)다. 위클리프는 성경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높은 권위로 보았다. 그는 “성경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으뜸가는 권위이며, 신앙과 사람이 온전함에 이르는 모든 일의 규범이다.”라고 강조했다. 성경이 성직자들만의 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읽고 따라야 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가르쳤다.
15세기에 들어서면서 성경 보급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기술이 등장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발전시킨 금속 활자 인쇄술이었다. 그에게 돌려지는 유명한 말처럼, 인쇄기는 하나님의 말씀이 훨씬 널리 퍼져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것은 분명 인쇄기다. 하나님께서는 이를 통하여 자신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실 것이다. 진리의 샘이 여기에서 흘러나올 것이며, 새 별처럼 무지의 어둠을 흩어 버리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빛을 사람들 가운데 비추게 할 것이다.”라는 표현은 인쇄술이 성경 보급에 가져온 변화를 잘 보여 준다. 1450년대에 인쇄된 구텐베르크 성경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성경을 읽으려면 인쇄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성경의 원문을 연구하고 각 나라의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에서는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가 성경의 원문으로 돌아가는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어를 깊이 연구하여 마침내 자신을 “거룩한 문헌”, 곧 성경 연구에 온전히 바치고자 했다. 그는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열망으로 타오르고 있다. 나의 작은 저술들을 모두 마무리하고, 동시에 그리스어를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어, 마침내 나 자신을 온전히 성경 연구에 바치고 싶다.”라고 말했다. 1516년에는 그리스어 신약 성경과 자신의 라틴어 번역을 함께 출판했다. 그의 그리스어 신약 성경은 이후 여러 판을 거치며 종교 개혁 시대 성경 번역자들이 원문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1517년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는 「95개조 논제(Ninety-five Theses)」를 발표하면서 종교 개혁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 논제는 처음에는 교회 내부의 학문적 토론을 위한 것이었지만 빠르게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결국 로마 교회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1521년 보름스 제국의회(Diet of Worms)에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받은 루터는 자신의 양심이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의 선언은 훗날 “나는 여기에 서 있습니다. 나는 달리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도우소서. 아멘.”이라는 말로 널리 전해졌다. 이후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현명공(Frederick the Wise)의 보호 아래 바르트부르크(Wartburg) 성에 머물면서 그리스어 신약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이 번역은 1522년 「9월 성경(Septembertestament)」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동료들과 함께 구약 번역을 계속하여 1534년 독일어 성경전서를 완성했다.
16세기 초 윌리엄 틴데일(William Tyndale)은 성경을 영어로 직접 읽을 수 있게 하는 일에 자신의 생애를 바쳤다. 그는 “성경은 빛으로서 우리에게 진리의 길을 보여 주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소망해야 하는지 보여 준다. 성경은 모든 오류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며 역경 속에서 우리에게 위로를 주어 우리가 낙심하지 않게 한다. 또한 성경은 번영 가운데서 우리를 강건하게 하여 우리가 죄를 짓지 않게 한다.”라고 말했다. 틴데일은 그리스어 신약 성경을 바탕으로 영어 신약 성경을 번역했고, 그의 번역은 이후 영어 성경의 문체와 표현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
틴데일의 뒤를 이어 마일스 커버데일(Miles Coverdale)은 1535년 영어로 된 최초의 완전한 인쇄 성경전서를 출간했다. 이 성경의 서문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자, 사랑하는 독자여, 주님의 발 앞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읽으라. … 그 말씀을 네 마음에 간직하고, 네가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울 때나 일어날 때 그 말씀을 이야기하라.” 그는 독자들에게 주님의 발 앞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읽고, 그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며 삶 속에서 끊임없이 되새기라고 권했다. 성경은 단지 소유하거나 전시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읽고 마음에 새기며 살아 내야 할 말씀이라는 뜻이었다.
영국에서는 토마스 크랜머(Thomas Cranmer)와 같은 종교 개혁자들도 성경과 복음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경이 그토록 높이 평가하는 참된 믿음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일을 보고 깊이 생각할 때, 그분을 섬기고 기쁘시게 하며, 그분의 은총 안에 거하고 그분의 진노를 두려워하게 한다. … 이는 우리가 아무런 공로 없이 그분의 자비와 용서를 거저 받았음을 분명히 깨닫기 때문이다.” 크랜머는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를 자신의 공로로 얻는 것이 아니라 값없이 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성경을 읽는 목적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베푸신 자비를 깨닫고 그분을 믿고 섬기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존 로저스(John Rogers)는 틴데일의 번역을 정리하고 마일스 커버데일의 번역을 더하여 1537년 토마스 매튜라는 이름으로 ‘매튜 성경(Matthew’s Bible)’을 출간했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와 사역했으나, 로마 카톨릭교도였던 메리 1세 치하에서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오랜 투옥과 심문 끝에 로저스는 1555년 2월 4일 런던 스미스필드(Smithfield)에서 화형당했다. 존 폭스(John Foxe)의 『순교 사화』는 그의 순교를 이렇게 전한다. “그는 메리 여왕 치하에서 고난을 받은 복된 무리 가운데 첫 번째 순교자였다. 그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호하고 수호하면서 놀라운 인내로 한결같고 기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같은 해인 1555년 10월, 휴 라티머(Hugh Latimer)와 니컬러스 리들리(Nicholas Ridley) 역시 옥스퍼드에서 화형당했다. 전승에 따르면 라티머는 불길이 타오르기 직전 리들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용기를 내시오, 리들리 선생. 담대하게 견디시오.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영국에 결코 꺼지지 않을 촛불을 밝힐 것이오.” 이 말은 이후 영국 종교 개혁과 영어 성경의 역사를 상징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번역과 신앙의 역사를 거치며 영어 성경은 영국 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내렸다. 훗날 엘리자베스 왕대비(Queen Elizabeth The Queen Mother)는 “이 보물창고인 성경에서 발견되는 불멸의 진리보다 더 큰 영감과 지혜를 얻기 위해 우리가 어디로 향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존 칼빈(John Calvin) 역시 성경의 권위를 강조했다. 그는 성경을 떠나 별도의 직접 계시를 주장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성령의 역사를 말하면서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을 밀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령과 성경을 서로 분리할 수 없으며,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성경 번역과 종교 개혁의 여러 흐름은 1611년 킹제임스 성경이 탄생하는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 되었다. 위클리프 이후 이어져 온 영어 성경의 전통,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에라스무스의 그리스어 신약 성경, 틴데일과 커버데일을 비롯한 영어 번역자들의 작업, 그리고 종교 개혁자들의 성경 중심 신앙이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었다.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17세기 초 영국의 학자들이 모여 새로운 영어 성경을 번역했고, 1611년 킹제임스 성경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비교할 수 없는 신실함과 장엄한 언어, 무궁무진한 영적 풍요로움을 지닌 이 성경은, 그 이름이 '하나님의 말씀'이시며 '영광과 존귀로 관을 쓰신 분', 예수 그리스도의 비길 데 없는 은혜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이 글은 요한계시록 19장 13절과 히브리서 2장 9절의 표현을 빌려 성경의 가치와 그 안에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찬양하고 있다.
참고 문헌 • John Wycliffe, De veritate sacrae scripturae (1378) • Desiderius Erasmus, John Colet에게 보낸 편지 (1504) • William Tyndale, "A Prologue shewing the use of the Scripture" (1530) • Miles Coverdale, "Unto the Christian Reader", Biblia: The Bible (1535) • Thomas Cranmer, Certain Sermons or Homilies (1547) • John Foxe, Acts and Monuments (1563) • John Calvin, 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1권 9장 • 『킹제임스 흠정역』 요한계시록 19장 13절, 히브리서 2장 9절
• Encyclopaedia Britannica 및 Oxford Dictionary of National Biography의 인물 항목 |